<2010년 6월 15일 주간 노동정책 동향 내용>
1. 고용정책
○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장 노동시간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을 2020년까지 1800시간대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않고, 정부가 추진 중인 유연근무제 따위로 노동시간단축을 덧칠한다면 노사정간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임태희 노동부장관은 ILO 총회에서 "일자리 없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일자리를 가진 사람도 더 나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사회적 기업을 지방자치단체 사업으로 떠넘기는 결정을 했다. 사회적 기업이 저임금의 질 낮은 노동을 양산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도 세우지 않는 채 말이다.
2. 노사관계
○ 가정내 잡무 처리, 요리하기, 자가용 운전, 정원 돌보기, 아기 봐주기 등 ‘준노동’으로 구분되는 일에 종사하는 ‘가사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협약이 추진된다. 가사노동협약은 가정부와 운전사, 요리사, 정원사 등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가사노동자들(domestic workers)의 권리를 일반 노동자와 같은 수준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노동분야에서 협약(Convention)이라는 틀을 통해 보호할 수 있는 최후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한국 정부는 가장 중요한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4명은 11일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서도 경영계가 동결안을 고수하자 회의가 끝난 뒤 위원회 회의실 농성에 들어갔다.
○ 6월 투쟁을 둘러싼 노사, 노정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동진보단체들은 13일 `이명박 정권 심판 민중대회'를 열어 노동 탄압 중단을 촉구했고, 노동부는 노조 전임자 확보가 주된 목적인 금속노조 파업(15~17일 4~6시간 부분 파업과 21~30일 총파업)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반면, 국제노동기구(ILO) 99차 총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한국의 노동 상황을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3. 노동시장 및 통계
○ 통계청에서 2010년 5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5월 취업자는 2430만6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8만6000명이 증가했다. 이는 2002년 4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고용률도 60%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희망근로를 비롯한 각종 정책 효과, 그리고 민간 부문의 뚜렷한 회복세가 맞물린 결과라는 게 자본진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20대 취업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으며, 구직단념자도 급증하고 있어 고용 회복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 통계상 고용 개선 양상은 노동부의 '5월 노동시장 동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5월말 현재 고용보험 피보험자수는 9,964천명으로 지난 1월 이후 증가세 지속하고 있으며, 비자발적 상실자(이직자) 증가규모가 5월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실업급여 신청자수는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와 함께 한국노동연구원은 노동리뷰 5월호 '상용직 근로자 증가 실태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5년 사이 상용직 근로자가 176만명 넘게 늘면서 고용의 질이 개선됐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상용직은 통상적으로 고용계약 기간 1년 이상의 일자리를 의미하는데, 정부측에서는 이를 안정적 일자리로 분류한다.
○ 전체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떨어졌지만, 고용의 질은 더 나빠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더 커졌다. 남성과 여성, 고소득자과 저소득자 사이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런 상간을 개선하는 모범이 돼야 할 정부 부문은 오히려 그 반대로 움직였다.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수는, 다른 부문에 비해 정부 부문에서 더 크게 늘었다. 정부가 '악덕 사용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4. 해외노동동향
○ 중국 동안 지역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혼다 자동차의 3공장 노동자들은 20% 임금 인상 합의에도 불구, 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최근 중국과 인도의 파업투쟁은 한 시대의 종말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값싼 노동력에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러자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의 18~24살 ‘농민공’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농사 경험이 없고 공장을 삶터로 삼고 있는데, 권리·집단의식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이 방관자세에서 벗어나 적극 개입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노동자 파업을 해산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금의 2배 수준으로 올리기로 해 향후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노동자들은 자체 노조 설립을 요구하며 11일 거리행진을 벌였다. 국가 노조만 인정되는 중국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 노동자들의 집단화, 정치세력화 움직임은 점차 중국 전역으로 퍼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