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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의 미래를 건 교대제 개선이 필요하다

조회 수 6912 추천 수 0 2012.01.10 11:23:12

계급의 미래를 건 교대제 개선이 필요하다

 

이종탁(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측의 공세, 본질을 꿰뚫자

 

노사정위원회에서 연간노동시간을 2,000시간 이내로 줄이자고 합의하고(2010년), 노동부에서 노동시간단축을 업무 계획에 포함시키기 시작(2010년)했을 때만해도 완성차 두 회사 노사가 합의한 주간연속2교대제와 맞물릴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았다. 두 완성차 노사가 ‘심야노동 폐지’와 ‘노동시간단축’을 위해 주간연속2교대제로 전환하기로 한 합의는 노사정위원회보다, 고용노동부보다 훨씬 더 앞서 있었고, 노사간 합의를 바탕으로 실행을 앞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 해 두 해 그 실행이 미뤄지더니 급기야 정부에서 나서서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 개선을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11년 고용노동부가 완성차 업체 근로시간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하더니, 2012년 1월 4일 현대차와 기아차 자본측에서 ‘연장근로 한도 위반 개선책’을 발표한 것이다.

 

1천4백여명 이상 신규 채용(3월까지 9백명 이상 우선 채용)

3천5백99억원 시설투자(현대차 1천7백41억원과 기아차 1천8백58억원)

개인별 연장근로 관리 시스템 개발, 순환근무제 도입

노조 대의원이 결정 · 실시하던 휴일 특근에 대한 관리 강화

공장간 물량이동 및 전환배치 등 불합리한 근로관행 개선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에 마지막 깔딱고개라고 했던 맨아워 문제에 담겨져 있던 자본의 의도. 그것은 생산 체제를 개선하여 1인당 생산대수는 줄이고, 대당 조립시간을 줄이면서 작업장의 유연성은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개선책을 통해 사측은 신규채용도 설비투자도 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것이 2011년에는 맨아워 산정위원회 구성으로, 그리고 이번에는 ‘개선책’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측의 발표에서 세 가지에 주목하자. 첫째, 연장근로 문제를 ‘개인별’로 관리하겠단다. 둘째, 그것에 대한 결정권한을 ‘관리자’의 손에 맡기겠다고 한다. 셋째, 물량이동과 전환배치 등 작업장 내 유연성을 제고하겠단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인력도 투입하고 설비도 투자하겠단다.

 

노동조합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맨아워를 통해 생산성 체제를 자본에게 유리하게 만들겠다는 시도 앞에 노동조합은 이제 생산체제에 대한 노동의 주도력을 세우기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한다. 이때, 제도와 투쟁의 영역을 헷갈리면 안 된다. 전술적으로 왔다갔다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그 차이를 혼동하면 상황은 오히려 악화될 것이다.

사측의 이번 공세에 맞서 노동조합은 무엇을 해야 할까? 지면 관계상 간략하게 압축적으로 해야 할 일을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우선, 노동조합은 잔업 및 특근 축소를 과감하게 선언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의 주요 원인이 바로 잔업과 특근이라는 점을 과감하게 선언하고 이것을 축소해야 한다. 8+9에 합의한 상황이므로 ‘휴일 특근 전면 금지’와 ‘8+9에 맞는 잔업 단축’을 실행해야 한다. 이것은 집행부의 결심이다. 특근 합의를 하지 않고 잔업을 거부하면서 퇴근하는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단계별 접근 운운하지 말고 잔업과 특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

둘째, 공장별 부서별 접근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생산량과 인원 운영 등에 대한 공장 및 부서 단위 협의구조를 구축/재정립하겠다는 내용을 천명하고 공장 및 기업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지부 및 본조 차원의 협의구조를 제시해야 한다. 노동시간 관리를 개별화하고 교섭 없이 유연성을 실행하겠다는 사측의 의도에 대해 노동자가 주도하는 협의 구조, 공동결정의 제도화를 과감하게 드러내야 한다. 관리의 개별화 및 관리자 중심 현장 체제는 노동조합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다.

셋째, 고령화에 따른 노동강도 적용치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 숙련되고 젊은 노동자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맨아워 체계’에서 나이와 건강의 변수를 삽입하여 구체적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 맨아워 산정위원회는 이런 방향에서 현장에서 본조까지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 2011년에 쟁점화한 발암물질, 수면장애 등등 지금까지 자동차 현장에서 논의하고 확인한 내용들을 총망라하여 노동강도를 낮추고 노동자들이 원하는 작업장 체제를 만들기 위한 노동자의 내용과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신규 채용과 설비 투자를 더욱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엔진 부서를 중심으로 3교대제를 도입하고 인력 재배치와 신규 채용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8+9를 통해 물량을 보전하는 한편 고령화를 반영하여 신규 채용 규모를 결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얼핏 계산해도 1,500명 정도로는 어림없다. 대충 잡아도 1만 명은 신규 채용해야 한다. 이 중 일부는 설비투자로 흡수하더라도 최소한 5천~8천명 규모는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설득과 소통으로 대중적 공감을 형성하자

 

지금 중요한 것은 집행부 의지와 현장에 대한 설득이다.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과 관련한 내용들은 이미 노사가 합의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것에 대해 다시 찬반 논의는 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합의된 내용에 기초해서라도 빨리 주간연속2교대제로 가야 한다. 더 이상 좌고우면 하면서 우왕좌왕할 수 없다.

여기에서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고용노동부와 자본의 공세는 ‘정규직 고립화’라는 사실이다. 완성차 지부와 금속노조는 정부와 자본이 의도하고 있는 ‘고립화’ 그물에 갇히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비정규직과 청년 노동자들을 염두에 두면서 지역 고용 창출이라는 사회적 의미 속에서 노동시간단축을 사회적 의제로 부상시켜야 한다.(금속노조가 나서서 자동차 산업에서 고용을 늘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고 투쟁에 나서는 것을 상상하면 얼마나 멋진가)

이를 위해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설득과 공감이 밑바닥에 깔려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조직된 노동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노동조합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만드는 일은 모든 일에 기본이다. 건강한 삶을 위한 심야노동 폐지와 노동시간단축을 한편에서 소통하면서, 다른 한편 자동차 산업의 엄청난 자본 이득을 노동강도 완화와 고용 확대로 이어가자는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새로운 노동과 삶을 위한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자는 대중적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

이 일에는 현장조직과 대의원, 지부와 본조가 따로 있을 수는 없다. 자본이 카드를 내민 이상 우회와 외면은 불가능하다. 더 머뭇거리지 말고 확실하게 나아가자. 이제 정말 현장은 정신을 차리고 곧은 길로 가야 한다. 스스로 임금의 노예, 일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분명한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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