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 해 연말 업무보고를 했다. 그 자리에서 고용노동부는 2012년 3대 과제를 밝혔다. 3대 과제는 <> 청년 일자리 확대 <> 내일 희망 일터 만들기 <> 법과 원칙, 상생의 노사관계 등이었다. 그리고는 2012년 중점 과제를 덧붙였다.
청년 일자리는 이명박 정부에게 발등의 불임에 틀림없다. 지난 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고용대박’이라는 말을 뱉자마자 청년 일자리 감소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청년 고용이 쪽박 상태라는 걸 ‘그들’만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2012년 핵심 과제의 제일 첫째로 ‘청년 일자리 확대’가 올라왔다.
그렇지만 도대체 어떻게 ‘청년 일자리’를 확대할까? 이명박 정부는 이와 관련한 정책을 수차례 천명했고, 반복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인턴제도이다. 청년들에게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인턴쉽 일자리를 제공해서 ‘일도 배우고 취업도 하는’ 제도라고 떠들어댄 적이 있다. 하지만 인터쉽을 거친 청년들이 정식 직원으로 취업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였고, 인턴으로 일하면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그리고 10개월 정도 일을 하고는 일자리를 잃었다. 그래서 초기 반짝 인턴쉽 제도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입에 담기도 민망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 다음으로 정부가 내세운 청년 일자리 방식은 ‘창업’이었다. 청년창업센터를 열고 막대한 지원금을 푸는 한편 대학마다 창업 동아리를 만들고 지원했다. 하지만 이것도 쪽박 정책이었다. 최근 한 일간경제신문에서 연재를 하고 있고, MBC PD수첩에서도 다룬 바 있듯이 자영업자 및 영세기업들은 거의 파탄 직전이다. 창업을 지원했지만 정작 창업의 결과는 적자와 파산이었다. 그래서 자영업자들의 자살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출금과 연체 이자를 갚을 수 없는 자영업 현실에서 창업은 희망과 행복이 아니라 고통과 고난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이런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하지는 않고 있다. 특히 청년 창업은 계륵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매년 정책 사업으로 포함하여 수많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그런데 2012년 새롭게 주목해야 할 정책이 부상하고 있다. 바로 ‘내일 희망 일터 만들기’이다. 2011년에도 이와 유사한 정책이 핵심 과제로 포함되기는 했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올해에는 실제적인 어떤 조치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우선, 경제 성장률이 4% 이하로 둔화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많은 상황에 직면했다. 그렇다고 일자리 정책을 포기할 수는 없으므로 새로운 수단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덧붙여, 기업들이 추구하고 유연생산을 극대화하는 시도도 강화될 것이다. 세계 경제 침체 상황에서 수익성을 유지하려는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고 요소투입보다는 혁신을 통한 수익 개선에 온 힘을 쏟고자 한다. 이 두 가지 양상과 시도들이 맞물리면 기존의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는 구체적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내용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노동시간단축이다. 이것은 지금 금속노조와 자동차 노조들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간단축’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름은 같은데 내용은 정 반대라는 말이다. 고용노동부가 말하는 노동시간단축은 잔업과 특근으로 했던 일을 8시간으로 줄여서 임금을 깎고, 그렇게 해서 여유가 생기면 그것으로 유연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발상이다. 여기에서는 기업과 재벌의 이윤을 축소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분배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없다. 오히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여서 그것으로 청년과 고령자, 여성들에게 유연한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발상일 뿐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제대로 폭로되지 않은 채 먹혀들 경우 조직된 노동자들은 매우 곤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비정규직 청년 고령 여성 노동자들에게 둘러싸이 ‘홀로섬’이 되어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고립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 자동차업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주간연속2교대제’ 논의는 양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 자본의 뜻대로 생산성을 최대치로 올리는 방법으로 변질되거나(최근 3교대제가 제기되는 배경은 여기에 있다.) 아니면 과도한 욕심으로 비춰지면서 도입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일하는 시간도 줄이면서 임금은 그대로 받으려 한다는 식의 마타도어가 충분히 가능하다.)가 바로 그것이다.
비정규직 청년 여성 고령 노동자들을 이용하여 정규직 대공장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방식은 노무현 정권 때부터 노골적으로 이루어졌던 방식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과 일자리 만들기를 연계하여 이같은 방식을 다시 한 번 사용할 태세이다.
이것은 그냥 상상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3대 과제에 ‘법과 원칙’, 그리고 ‘노사상생’이 들어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사의 양보와 배려’라는 말까지 붙여서 ‘상생의 일자리 가꾸기’가 핵심 과제로 명시되어 있다. 이에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고용노동부 3대 과제의 본질과 핵심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에 대한 공격임을 이렇게 스스로 고백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노동의 대응이다. 그들의 ‘고립화’ 전술에 노동이 ‘정규직 지키기’로만 드러난다면 오히려 정부의 의도에 말려드는 꼴이 될 것이다. 비정규 청년 여성 고령 노동자들과 진실로 소통하며 연대할 수 있는 세력이 바로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들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함께 힘을 합쳐 정부와 자본의 몫을 나누자는 연대의 실천을 보여주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 주간연속2교대제, 원하청 불공정거래,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금속노조가 선택한 모든 내용들이 소통과 연대로 드러나며 정부와 자본을 타격하는 주춧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