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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새로운 발상과 행동이 필요하다

조회 수 5542 추천 수 0 2011.05.30 18:04:46

 

유성기업, 공권력 침탈

 

유성기업에 공권력이 투입되었다. 1,000명도 안 되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파업을 선언하고,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한 지 몇 일도 되지 않았는데, 정부와 충남도는 경찰 병력을 이용하여 담벼락을 허물고 경찰을 투입하였다. 그리고 500여명의 노동자를 연행했고, 그 다음날 바로 공장이 정상가동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 일이 벌어지던 날, 개인적인 연구 조사 일정이 있어서 경남과 경북 지역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조합간부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측이 맹공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맞서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간부는 거의 없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에서 파업을 진행하고, 금속노조 전체 차원에서 대의원대회를 열어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등에 이어서 유성기업에서도 민주노조의 깃발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걱정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구체적인 진행 경과는 잘 알지 못하지만, 사측이 경찰까지 동원하여 파업을 강제 진압한 이상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현장을 장악하여 자기의 입맛에 맛는 노조를 세우거나 민주노총에서 탈퇴하도록 공작하리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시나리오에 대해서 노동조합은 ‘대의원대회 -> 총력투쟁’이라는 판에 박힌 대응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대응으로 과연 유성기업에 경찰병력을 투입한 사측과 권력에게 과연 어떤 유의미한 경고를 줄 수 있을까?

 

자본과 권력은 공세를 선택했다

 

올해 7월이면 복수노조를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금속노조에서는 당장 복수노조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바뀌고 있다. 현장 조직력이 강력하다고 했던 유성기업에서조차 경찰 병력을 투입하는 과감함과 과단성을 자본과 권력은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현장조직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별 노사관계의 담벼락에 안에서는 그 힘이라는 것이 별 볼일 없다는 점이다.

자본과 권력은 공장과 기업의 담벼락을 넘어서서 계급적 연대를 실현하고 있다. 유성기업 사측의 발빠른 행동 이면에는 현대자동차 자본의 압박과 강제가 있었으리라는 사실을 짐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자동차 산업의 노사관계 질서를 재편하는 ‘주간연속2교대’ 협의를 앞두고 현대자동차 자본이 유성기업의 개별적 합의를 무산시키려 하면서, 이번 사태를 벌어졌다. 권력은 대자본의 요구에 충실히 부응하면서 경찰 병력을 투입했고, 언론은 유성기업 노동자 연봉 타령을 반복하며 현대자동차 공장이 멈춘 사실로 노동자를 압박했다.

 

공장별 투쟁을 반복하는 금속노조

 

그런데 금속 노동자들은 기업의 울타리 안에서 개별 자본을 상대로 하는 투쟁에 머물렀다. 공장의 담벼락을 넘어서 지역으로, 전국으로 투쟁을 확장해가는 방식이 아니라 금속에서 충남으로, 충남에서 유성기업 공장으로 모여드는 방식의 전술 양식을 여전히 반복했다. 싸움은 유성에서 벌어졌지만 싸움의 내용은 인간다운 노동을 위한 주간연속2교대제였고, 싸움의 대상은 현대자동차 자본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판을 만들지 못했다.

눈을 감고 귀를 닫아도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3분할된 상태에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금속노조 본조, 지역지부, 그리고 기업지부로 3분할되면서 힘은 빠지고 사이는 나빠지면서 자본과 권력에 대항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이 상태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지역의 주요 거점 노동조합들을 향한 자본의 파괴 공장, 고립 전략에 맞서려면 금속노조는 아주 발빠르게 스스로를 재정비해야 한다.

 

부품업체를 세워도 현대차를 멈출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긴박한 상황에 직면해서 노동조합이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노동쟁의’ 방식으로 자기 행동을 하려고 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 지금 노동조합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은 스스로를 법의 테두리 안에 가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성기업의 직장폐쇄와 경찰 병력 투입이 합법적이었느냐는 논란이 있다. 그런데 만약 불법적이고 탈법적이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상황을 직장폐쇄 이전, 경찰 투입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가? 왜 자본과 권력은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데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은 합법에 호소하는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은 어떤 식으로 행동해도 자본과 권력에게 위협이 되는 순간, 불법이고 탈법의 덫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이번 유성기업 투쟁은 우리에게 엄청난 사실 하나를 확인시켜주었다. 유성기업 하나만 파업을 했는데도 현대자동차 라인이 섰다! 자본측은 이에 놀라서 ‘새로운 조달체제를 고민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들이 어떤 조달체제를 만들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지금 금속노조 차원에서는 전 사업장 전면 파업을 하지 않아도 현대자동차를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면서 현대자동차 자본에게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어림잡아도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업장이 여러 곳 있다. 그 지회들의 투쟁으로 현대자동차를 세우는 과감하고도 당찬 전술을 기대한다.

당장 파업 지침을 내려도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지부나 지회가 없다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 현대자동차와의 일전을 금속노조가 선언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지부와 지회는 설득하고 조직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번 유성기업 사태가 민주노조 후퇴로 귀결되느냐 아니면, 연대노조의 새로운 기풍을 만드는 계기로 삼을 것이냐는 전적으로 금속노조 차원의 결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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