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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진보정당을 기대한다

조회 수 5990 추천 수 0 2011.05.24 00:25:44

아무래도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진보대통합'이다.

 

나는 민주노동당 당원이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외라는 듯 쳐다보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PD, 평등파(?) 성향을 가지고 있고, 출신 이력도 그렇기 때문이다.

 

내가 민주노동당을 탈당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분당을 해야 할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운동 진영이 자주민주통일을 외치는 분들과 계급 중심 사회변혁을 주장하는 분들로 크게 나눌 수 있고,

그런 차이와 다름을 알고서도

'노동자 계급'에 기반한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민주노동당을 창당했기 때문에,

나는 혹자가 말하는 친북 노선이 민주노동당을 나누고 가를 수 있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운동 언저리에 있으면 나는 패권주의, 종파주의를 어느 누구보다 강력하게 비판한다.

그래서 분당 전 민주노동당 내의 종파주의와 패권주의에 진저리를 쳤고, 그래서 당 활동에서 스스로 멀어졌다.

하지만 남의 눈의 티를 보려면 자기 눈에 들보도 보아야 한다.

패권주의를 비판했던 사람들이야말로 또 다른 모습으로 분파주의를 극대화하지 않았던가.

그런 패권주의, 분파주의를 이유로 분당을 한다면 민주노총은 대여섯개 조직으로 나누어져야 할 것이다.

 

간혹 정당 활동 하시는 분들을 보면, 민주노총과의 거리두기를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다.

노동자에 기반한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 민주노총 중심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도 있다. 조직된 노동 10%를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라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민주노총을 비판하고 질책하는 정당이라면 나는 그 정당을 매우 열렬히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혹시라도 노동자에 근거한 정당이어야 한다는 우리의 합의, 노동운동의 범주 안에 있는 정당이어야 한다는 기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바람을 표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때가 있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사회당이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노동자 계급에 기초한 진보적 대중정당이 바로 그것이다.

적색만이 아니라 보라와 녹색까지 아우러야 한다는 말은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제대로 대변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모든 문제를 계급 문제로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계급 문제로 풀 수 없는 다른 문제까지 아우르고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문제는 단순화해야 한다.

분당 이전으로의 단순한 환원이 아니라

분파주의와 패권주의, 패거리주의를 청산하고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맞서는 계급적 기반을 확고하게 하면서

다른 세계/사회로의 지향을 분명히 하는 그런 정당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2의 창당, 새로운 차원의 노동자 민중 정치세력화로 이름 붙이는 것에 동의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진보대통합을 둘러싼 여러 논의들은 한편에서 너무 근시안적이고, 또 한편에서는 권력을 쫓는 악취가 너무 심하게 진동한다.

 

논의는 많을수록 좋다. 논란과 논쟁은 격렬할수록 더 분명해진다.

그러므로 합창, 제안, 새노추 등등이 이런저런 주장과 주체들이 형성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전혀 대중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문제이다.

민주노동당을 만들 때, 어떻게 했는가?

노동조합 각 단위에서 논의하고 토론했으며

지역 곳곳에서 그런 논의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

진보정당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런 논의에 결합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진보대통합에는 세력과 입장은 있지만 대중은 없다.

정파에 치이고 세력에 치인 개별 활동가들이 모이는 경우는 있지만 정작 중심이 되어야 할 노동자 대중은 없다.

 

대중은 없고, 'MB 반대'와 '정권교체'만이 난무한다.

누가 2012년 정권교체가 절대절명의 과제라고 하는가?

정권교체가 되면 노동자 삶과 생활이 나아지는가?

누가 정리해고제를 도입했고, 누가 비정규직을 활성화했으며, 누가 유연화와 세계화, 금융화를 본격화했는가?

 

왜 MB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가?

지금 이명박이 모든 일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 아니, 이명박은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총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서 선택되었을 뿐이다.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금융화, 유연화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면서 그 강도와 구조를 완성해왔다.

만악의 근원은 이명박이 아니라 바로 민주화운동을 했다며 신자유주의에 투항한 세력들이다.

이명박의 핵심 오른팔이라는 이재오와 친이계의 핵심 중 하나인 김문수 들도 모두 그런 범주에 속한다.

 

노동운동과 노동자들은 이제 잃어버린 15년을 되찾아야 한다.

정리해고제를 도입하고

신자유주의 유연생산체제를 구축하면서

세계화와 금융화로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나게 한 그런 세력, 주범들이 누구였는지 똑똑히 기억하면서

 

뚜벅이처럼

노동자 민중 중심의 새로운 세계/사회를 만드는 그런 정치를 기획해야 한다.

 

나는 왼쪽 깜빡이를 넣고 오른쪽으로 우회전했던 그런 정권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런 정권교체를 하자고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수십년 힘들게 노력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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