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노동정책연구소
토론장
자유게시판
회원커뮤니티
지역사회
노동운동전략
산업노동
지역사회
     
 

서울지하철 노조 투표 결과를 보면서

조회 수 4381 추천 수 0 2011.05.03 12:45:27

 

4월 28일 연구소에서는 '복수노조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작은 토론을 했었다.

여기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미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곳에서는 당장 복수노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다는데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같이 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 서울지하철 노동조합에서 진행한 민주노총 탈퇴와 새로운 상급단체 건설을 위한 조합원 투표 결과를 전해 들었다.

총 투표율 94.88%, 찬성율 53.02%, 반대율 47%로 정연수 집행부가 던진 민주노총 탈퇴와 국민노총 건설 안이 통과되었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몇 사람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아무도 받지를 않는다.

 

제3노총 건설 흐름이나 민주노총 탈퇴 흐름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애써 위안할 수 있다.

금속에서는 이런 일이 이미 몇번이나 있었으니 별 일 아니라고....

 

그런데 아무래도 감정이 가라앉지 않는다.

금속노조처럼 개별 사업장의 개별적 상황으로 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금속노조 탈퇴 양상이나 민주노조 해체 과정도 개별적인 상황이라고만 봐서는 결코 안되겠지만) 오산이라는 생각이 너무도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한국 공공부문 노동조합운동의 역사를 열었고,

수많은 활동가들을 양산했던 서울지하철 노동조합이었기 때문에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에 던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IMF 이후 공공부문, 특히 궤도부문 노동조합 운동이 걸어왔던 역사가 빚어낸 구체적 현실이기 때문에 이 상황과 사태를 결코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압도적 찬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만

한 번 넘어간 다리를 되돌아오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알기에.....가까스로 과반수를 넘긴 찬성율로 위안을 삼을 수는 없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전되도록 현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도 나를 참으로 괴롭게 한다.

궤도에 대한 이런저런 글도 쓰고 나름 궤도 현장과 활동가들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무감했다니...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나는 공공부문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들의 변화를 냉정하게 보아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억압되고 통제되었던 작업장과 노사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주노조를 세웠다면

기업별 고용을 지키고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조를 버릴 수도 있다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좀 심하게 일반화한다면 민주노총을 탈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기 기업의 울타리 안에서 기업 성과와 실적에 기대어 장시간 노동을 거리낌없이 선택하고 연말 성과급으로 보상받으면서

고용을 유지하고 기업 복지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

현 시기 우리가 발견하는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들의 모습이라면

이런 노동자들의 상태와 모습으로는 민주노총이 강령에 내걸었던 그런 사회를 만드는 일에 일익을 담당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런 모습으로 민주노총 소속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가끔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불려가면

80년대 노동운동을 처음으로 시작했던 그 때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간혹 한다.

 

노동자를 역사의 중심으로 세우고자 했던 투철한 사상과 이념,

삶과 생활, 현장에서 노동자의 자존감을 세우고 기업 울타리를 넘어선 연대를 모색했던 활동

실리적 경제주의에 안주하지 않고 대안세계/사회 건설을 대중적으로 공감하려 했던 모색.

 

물론 21세기 변화된 세계에서 80년대식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이 유효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본이 던져주는 고용과 임금의 떡고물 속에서 20년 민주노조가 버려지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쩌면 자본에 맞서는 투쟁과 더불어

노동자 안에서 노동자들의 인식과 의식, 생활 패턴과 행동양식에 대한 힘겹고 버거운 싸움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서울지하철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고 해서

당장 민주노총이, 공공운수노조준비위원회가 어떤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일하게 대응했다가는 이런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이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은 아닐 터이다.)

 

대중 속에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새로운 이데올로기와 전망을 세우면서

기업/공사를 상대로 경영성과에 기대로 어떤 분배의 몫을 챙기는 형태(기업별 임단협)에서 과감히 벗어나면서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사는 그런 세상을 향한 단결과 연대를 만드는 소통과 공감으로

다시 새로운 운동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대공장 대기업 현장에서 진지한 자기 반성을 토대로 

뼈를 깎는 새로운 운동을 만들어가야 할 것 같다.

 

 

문서 첨부 제한 : 0Byte/ 120.00MB
파일 제한 크기 : 120.00MB (허용 확장자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계급의 미래를 건 교대제 개선이 필요하다 file

계급의 미래를 건 교대제 개선이 필요하다 이종탁(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측의 공세, 본질을 꿰뚫자 노사정위원회에서 연간노동시간을 2,000시간 이내로 줄이자고 합의하고(2010년), 노동부에서 노동시간단축을 업무 계...

고용, 소통과 연대로 풀자 file

고용노동부가 지난 해 연말 업무보고를 했다. 그 자리에서 고용노동부는 2012년 3대 과제를 밝혔다. 3대 과제는 <> 청년 일자리 확대 <> 내일 희망 일터 만들기 <> 법과 원칙, 상생의 노사관계 등이었다. 그리고는 2012년 중...

OECD 보고서에 대한 유감 file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일 우리나라에서 ‘한국을 위한 OECD 사회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OECD에 부탁해 작성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주요 20개...

노동조합, 새로운 발상과 행동이 필요하다 file

유성기업, 공권력 침탈 유성기업에 공권력이 투입되었다. 1,000명도 안 되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파업을 선언하고,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한 지 몇 일도 되지 않았는데, 정부와 충남도는 경찰 병력을 이용하여 담벼락을 허물...

노동자 진보정당을 기대한다 file

아무래도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진보대통합'이다. 나는 민주노동당 당원이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외라는 듯 쳐다보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PD, 평등파(?) 성향을 가지고 있고, 출...

서울지하철 노조 투표 결과를 보면서 file

4월 28일 연구소에서는 '복수노조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작은 토론을 했었다. 여기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미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곳에서는 당장 복수노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다는데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같이...

노동운동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file

노동운동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난리, 북새통, 그리고 냉정함 난리가 났다. 아니, 뒤집어졌다. 노동운동의 타락, 정규직 노동자의 극단적 이기주의, 이경훈 집행부의 무리수...등등 수많은 표현들이 난무한다. 이 정도면 무슨 ...

고용을 늘리려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자본의 몫을 줄여야 한다 file

기업 중심의 성장 체제, 그 일각을 드러내다 4월 초, 진보진영이나 노동조합에서 주목할만한 기사가 한겨레 신문과 민중의 소리에 실렸다. 그 기사를 요약하자면, 대기업들의 이익은 지난 3년 동안 73% 늘었는데 고용은 9%증...

이익공유제가 아니라 소유의 공유가 필요하다 file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총장 출신이면서 이명박 정부 하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이제 '동반성장위원회' 수장을 맡고 있는 정운찬 씨가 내뱉은 한 마디가 자본 진영을 흔들었다. 그것은 바로 '이익공유제'이다. 더 정확하게는...

진짜 국민임투를 해야 한다 file

<> 국민임투를 선언한 민주노총 민주노총은 지난 3월 7일 오전 11시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국민임투 돌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 참여한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

 
     
 
 
이용약관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주소 무단수신거부 고객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