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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보고서에 대한 유감

조회 수 3954 추천 수 0 2011.07.04 18:47:0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일 우리나라에서 한국을 위한 OECD 사회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OECD에 부탁해 작성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당시 오이시디가 한국에 기여할 게 없냐고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사회통합 등 우리나라가 당면한 과제에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구리아 총장은 20~21일 기구 창립 50돌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에 참석하면서 그 결과물인 49쪽짜리 한국을 위한 OECD 사회정책보고서를 들고와 이 대통령에게 건넸다.

 

7대 분야 권고

 

이 보고서는 성장만으로는 우리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로 시작한다. OECD"한국은 소득형평성 개선 등 사회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사회지출 증가, 조세 및 소득이전제도 개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원적 노동시장 해소 등에 신속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한겨레신문에서 보도한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

 

임시고용 비중 OECD 4번째 높아

 

보고서에 따르면 OECD는 한국 고용시장의 문제점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평등을 꼽았다. 비정규직의 생산성이 정규직보다 22% 낮지만 평균 임금은 45%나 적다는 것. 비정규직의 평균 재직기간은 정규직(6.5)에 훨씬 못미치는 2년에 불과했다. 임시고용 비중은 21.3%OECD 국가 중 네번째로 높다.

201055~64세 고령자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은 각각 62.7%, 60.9%OECD 평균보다 높지만 55세 이전에 퇴직을 요구받기 때문에 보수가 낮은 저생산성 일자리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OECD의 분석 결과다. 40~49230만원인 월평균 근로소득이 50~59210만원, 60~64150만원으로 감소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2009년 한국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2256시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길지만 근로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상위국가의 절반보다 낮다. 연차 휴가 사용률은 60% 미만이다. OECD는 긴 근로시간이 생산성에 부작용을 미치고 여성의 고용률 증가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특히 15~64세 고용률은 지난 10년간 63%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출산율이 OECD 최저라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고용률의 지속은 많은 우려를 안고 있다. 2050년 한국의 노인 부양률은 OECD 두번째로 예상된다.

 

상대적 빈곤율 OECD 9번째..세제·복제제도 비효과적

 

소득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를 보면 한국은 0.306으로 OECD 평균(0.315)보다 낮다. 그러나 중위소득 절반에 못미치는 인구비율인 상대적 빈곤율은 9번째로 높다. 특히 OECD는 한국이 가난한 노년층이 많은 몇 안되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2000년대 중반 66~74세 인구의 빈곤위험은 전체 인구에 비해 3배 높고, 75세 이상은 3.3배 높았다. 다른 OECD 국가는 66~74세 빈곤위험이 국가 평균과 동일하거나 더 낮고, 75세 이상은 1.5배에 불과했다.

한국가정은 정부에서 복지수당으로 소득의 4%를 받고 8% 이하를 세금과 사회분담금으로 지불하는데 OECD 국가 중 단연 최저수준이다. OECD 국가의 복지수당은 소득의 22%이며, 납부세금은 29%.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상대적 빈곤층인 15%보다 낮은 3%의 인구만을 지원하고 있다.

OECD는 한국의 세제·복지 제도가 불평등과 빈곤을 타파하는데 있어 OECD 국가 중 가장 비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OECD"불평등과 빈곤문제에 주안점을 두고 공적 이전수당 규모를 늘리기 위해 세제 검토가 필요하다""세대간 높은 소득이동선을 유지하려면 구조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졸 여성 고용률 낮아..남녀 임금격차 최대

 

200825~64세 여성 인구 중 대졸 비중은 32%OECD 평균인 29%를 약간 상회한다. 그러나 대졸 여성의 고용률은 2009년 기준 61%OECD 평균(82%)보다 21%포인트 낮다. 남녀 임금차이는 38%OECD 국가 중 가장 크다. 또 여성의 3분의 1이 비정규직이며, 관리직에 종사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출산율은 1980년 가임여성 1명당 3명에서 20071.2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한국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면서 동시에 출산율도 끌어올려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OECD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장기근속과 연공서열제여서 휴직에 따른 대가가 큰 것이 여성 고용률 저조의 원인으로 꼽았다. OECD"자녀 양육 문제로 노동시장을 떠나면 정규직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일자리를 구하느니, 차라리 주부로서 노동시장을 영원히 떠나는 결정을 내린다"고 지적했다.

가족에 대한 공적 지원은 낮은 수준이다. 초등·중등 교육에 대한 공공지출은 2007GDP3.1%OECD 평균(3.3%)에 근접한다. 그러나 GDP0.8%인 민간지출은 OECD 평균의 배에 달한다. 여기에는 학원으로 대표되는 사교육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2007년 한국 부모가 초등·중등 교육비로 부담한 비용은 OECD 평균(9.7%)보다 훨씬 높은 20% 이상이다. 아동수당, 유급육아수당 등 가족수당에 대한 정부 지출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공적연금 지출, OECD 4분의 1에 그쳐

 

한국의 공적연금 급여지출 비중은 2007년 기준 GDP1.7%OECD 평균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에 도입됐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령자는 여전히 연금 일부만 받고 있다.

65세 이상 한국인 가운데 45% 이상이 가계 중위소득의 절반에 못미치는 수입으로 상대적 빈곤 상태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아울러 현재 노인 가운데 70%가 기초노령연금제를 통해서 수당을 받고 있지만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장기요양보호 제도 역시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장기요양보험 전체 지출은 2008년의 경우 0.3%OECD 평균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평균 병원 장기입원일수가 200710.6일로 OECD 평균인 6.6일보다 길었는데, 이런 접근방법은 비효율적이고 보건의료비용을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보건의료에 대한 지출은 GDP6.5%OECD 평균인 9.0%보다 낮았다. 1인당 보건의료 지출은 1800달러 정도로 OECD 평균의 60% 미만이다.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따라 핵심적인 보건 서비스에 대한 전국민 보장이 1989년에 시행된 이후 보건의료비 지출의 증가율은 OECD 평균의 2배에 달하게 됐다. 이는 주로 공공 보건의료 지출의 급증 때문으로 한국의 공공 보건의료 지출비중은 199536%에서 200855%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공공 부문의 지출비중은 OECD 평균인 73%를 훨씬 밑돈다.

 

가구의 직접세 GDP 4% 수준..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쳐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국민부담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로 이는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층과 낮은 수준의 사회지출을 반영한 것이다. 가구의 직접세는 GDP4% 수준에 그쳐 OECD 평균인 9%의 절반에도 못미쳤고 사회보장부담금은 GDP5.9%로 더 큰 편이지만 역시 OECD 평균인 9.4%를 훨씬 밑돌았다. 이에 따라 사회보장 부담금을 포함한 '노동비용 중 조세부담'(tax wedge)2009년에 20%에 지나지 않아 OECD 국가 중 세번째로 낮았다.

노동에 대한 낮은 세금은 한국의 노동 투입과 급속한 경제성장에 기여할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OECD의 국가 간 교차 연구조사에 따르면 노동에 대한 세금은 노동의 수요와 공급, 저축과 설비투자를 낮춰 잠재성장을 끌어내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와 달리 법인세는 법정 세율이 200030.8%(지방정부세 포함)에서 201024.2%로 하락했는데 OECD 평균에 비하면 약간 낮은 편이다. OECD는 법인세를 인하하면 한국 내 누적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누적 FDIGDP2%OECD 회원국 가운데 두번째로 낮다.

 

 

복지확대가 아니라 사회화로 접근해야

 

기대를 가지지 않았으니 OECD 권고 내용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나, 자본쪽 언론들이 이 보고서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자기 유리한대로만 떠들고 있으니 말품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이 보고서는 노동자들에게 근로의 의무를 부과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가 복지를 제공하는 형태를 전제하고 있다. 워낙 복지수준이 떨어지는 한국이기 때문에 OECD가 제안하는 내용들이 복지의 확대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개개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복지의 확대라기보다는 근로 제공과 연계한 복지 체제를 의미한다. 대처와 레이건 정부 시절 복지병 운운하면서 일 하지 않고 노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복지를 축소했던 그 시절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비약적 생산력 발전을 날로 부유해지고 있지만 정작 그 세계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갈수록 빈곤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더 일 하는 방식,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복지제도라는 신자유주의적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국은 지금 복지 논쟁에 휘말려 있다. 누구도 복지가 필요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다만, 선택적이냐 보편적이냐는 논쟁을 한다. 그러나 복지는 보편적인 것과 선택적인 것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똑같이 줄 수 없고, 쥐꼬리만한 것으로 생색을 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왜 복지는 국가차원에서만 사고하는가? 정치 사회 문화구조가 중앙집권적이기 때문에 국가라는 틀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그렇지만 복지가 국가를 매개로 하는 분배정책이라는 사고는 버려야 한다. 복지는 기업과 산업에서, 지역에서도 국가적 차원과 비슷하게 혹은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OECD의 보고서도 그렇듯이, 시장주의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기업/개인이 세금을 내고, 그 세금을 바탕으로 국가/정부가 다시 분배정책을 쓰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런데 기업의 돈은 그 자체가 노동자들이 수고하고 땀흘린 돈이다. 주주라는 이유로 임원이라는 이유로 오너라는 이유로 기업의 매출과 이익을 독식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기업은 이윤이 있어야 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구성원들과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 그러므로 기업의 매출과 이익은 구성원과 사회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부여하고, 구성원들의 이해를 반영하여 사회적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화란 바로 이런 의미이다.

 

복지는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복지가 언제나 국가에 의한 분배정책을 확장하는 정도라면 그것은 OECD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들을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국민들 일반을 통치의 대상으로 보는 그런 차원의 복지가 아니라 국가 구성원들이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삶의 질을 제공하는 그런 차원에서 복지는 넓어져야 하고 확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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